심사평 I
Juror's comment I
심사평 II
Juror's comment II
2024년 제18회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티발 최종 심의는 다양한 국적의 동시대 예술가들이 영상을
통해 무엇을 발화하는지를 확인하는 귀한 자리였다. 출품작들은 사회정치적인 맥락에서 인지한 문제들에 대해 예민한 관점을 드러내면서, 아카이브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편 사용한 자료들과 이미지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자신의 서사를 완결하려는 작품들도 있어, 이에 대한 심사위원들과 집행위원들과의 긴 토론이 이어졌다. 최종적으로, 리 카이 청LEE Kai Chung의
<Tree of Malevolence (《邪念樹》)>를 선정하게 되었다. 작가는 홍콩, 중국 등을 둘러싼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겪는 Y라는 인물의 내레이션과 아카이브 자료들을 병치한다.
이를 통해 혼란한 정치적 상황 안에서 한 개인이 스스로를 잃는 과정을 치열하게 담아내어 만장일치로 2024년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수상작 외의 작품들도 모두 유의미한 시도를 보여주었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싶다. 향후에도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티발을 통해 자신만의 날카로운 관점을 입힌
작품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르코미술관 김미정 큐레이터
The final round of selection for the 18th Busan International Video Art Festival in 2024 was a valuable opportunity to observe what contemporary artists from around the world are expressing through video. The submitted works commonly demonstrated keen perspectives on socio-political issues, with a notable emphasis on the active use of archives. However, there were also works that relied heavily on their materials and imagery to complete their narratives, which led to extended discussions between the jurors and the 18th BIVAF committee. Ultimately, “Tree of Malevolence” (《邪念樹》) by LEE Kai Chung was selected as the prize winner. The artist places the narration of a character named Y, who experiences the unstable international situation and ideologies surrounding Hong Kong and China, alongside archival footage. The work powerfully captures the process of an individual losing themselves amidst chaotic political circumstances, leading to its unanimous selection as the 2024 prize-winning piece. Nonetheless, it is important to highlight that all the other works also showcased meaningful and significant efforts. There is great anticipation for future editions of the Busan International Video Art Festival to feature more works with such sharp perspectives.
Mijung KIM, Curator at ARKO Art Center
올해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발에 출품된 681편의 국, 내외 작품들은 1차 심의를 통해 41편,
그리고 최종 심의를 통해 1편의 수상작이 포함된, 5편의 경쟁작을 선정하는 심사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출품작들을 프리뷰하며 떠올랐던 단상을 남기는 것으로 심사평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절기로 구분해 놓은 계절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끝 모를 여름을 보내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는
도대체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열(熱)과 사(思)의 가운데서 펼쳐본 궤적들 역시 맺음이 어려운 곳을 향하고 있었지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수정 가능성’이었습니다.
물컹물컹하게 느껴지는 공적 언어들이 수시로 폐기되는 비정한 도시가 예술가들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무한의 이미지’와 ‘빈곤한 눈’입니다. 다르게 옮겨 보자면, 보는 것을 망각하게 만드는 보기, 쓰는 것을
망각하게 만드는 쓰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수정 가능한 장소에서 수정 불가능한 장소로 무언가를
옮기는 이들, 혹은 그것과 반대의 방향으로 향하는 이들은 동시대가 요구하는 언어의 지도를 펼치며,
무언가를 떠올리지만, 그것은 가능성을 매끈하게 소거하는 것과 같은 일이 되기도 합니다. 지도를 접고, 바깥을 내다보는 것이 예술가의 일이 아니었던 적이 없지만, 무한과 빈곤의 시대가 가리키는 것은,
이제 그 일 역시 예술가가 했던 일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올해 출품된 작품들을 들여다보며, 무한과 빈곤의 대지에서 여전히 예술가의 언어가 역사의 결말, 자본주의의 예견, 전쟁의
오늘을 잊는 일과 같은 첨예한 이미지의 독성으로부터의 해독(解毒)을 가능하게, 그리고 겨냥의 효율이 지배하는 이야기들의 해독(解讀)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수정을 거듭하는 역사, 자본주의, 전쟁의 대기를 호흡하는 작품들을 보며, 지저분한 덧붙임을 통해서만 시대정신으로
오염된 지도를 지우고, 주관의 오류로 얼룩진 축적의 지도를 그려나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화된 유통으로 생명을 얻은 플랫폼이 아닌, 오프라인의 저장장치 속에서 소멸치 않는
예술가의 발화를 생각합니다. 끓어오르는 수증기가 수직으로 상승하고, 열을 낮추기 위해 인공의 안개가 분무되고 하강하는 도시의 낮과 밤을 내다봅니다. 심사평을 맺음 하며, 올해 소중한 작품을 출품해 주신 예술가들에게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대신하는 문장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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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이러한 딜레마를 초월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비사회적이고 추방된 언어에 한결같이 충실할 때만, 반란이 좌절된 불투명한 이미지들을 소통수단으로 투입하는 법을 배울 때만 가능하리라. / [생소, 통합, 위기 : 피터 한트케의 연극 <카스파르>에 대하여], 『캄포 산토』, W.G 제발트 지음, 이경진 옮김. 문학동네 펴냄.
영화감독 오민욱
The 681 Korean and international works submitted to this year’s Busan International Video Art Festival underwent a selection process that initially narrowed them down to 41 pieces, and then, through the final round of selection, selected five finalists, including one prize-winning work. Rather than providing a formal critique, I would like to share some reflections that came to mind while previewing the submitted works.
As we endure a seemingly endless summer that makes the distinctions between seasons no longer meaningful, I found myself reflecting on how we might define the cities we live in. The paths I traced amid heat and thought led to uncertain destinations, but one idea emerged with clarity: the notion of ‘revisability.’ In harsh cities—where public language feels fluid and is often discarded—what is offered to artists are ‘infinite images’ and a ‘scarcity of vision.’ In other words, this can lead to a way of seeing that makes us forget how to see, or writing that makes us forget how to write. While those who move something from a place of revisability to a place of irrevisability or those heading in the opposite direction might evoke something by unfolding the map of language demanded by our time, this can also result in the smooth erasure of possibilities. Although it has always been the artist’s role to fold up the map and look beyond, the era of infinity and scarcity now suggests that this task has become merely one aspect of what artists do. Reviewing the works submitted this year, I observed that within the vast landscape of infinity and scarcity, artists’ language still provides an antidote to the acute toxicity of images that make us forget historical conclusions, predictions of capitalism, and the current state of war, while also rendering the interpretation of narratives dominated by targeted efficiency nearly impossible. Looking at works that resonate with the themes of history, capitalism, and war that are constantly being revised, I also discovered that only through messy additions can we erase the maps tainted by the zeitgeist and create new ones marked by the subjective errors of accumulation. I think of artists’ expressions that persist in offline storage, rather than on platforms brought to life through automated distribution. I gaze out over the city’s days and nights, where steam rises vertically and artificial mist is sprayed to lower the heat. In closing this review, I would like to express my support and encouragement to the artists who submitted their valuable works this year.
“Literature can transcend this dilemma only by keeping faith with unsocial, banned language, and by learning to use the opaque images of broken rebellion as a means of communication.”
/ W.G. Sebald, “Strangeness, Integration and Crisis: On Peter Handke’s Play ‘Kaspar’,” Campo Santo, trans. Anthea Bell (Modern Library).
Minwook OH, Filmmaker